가톨릭 아버지학교

박호식

박호식 오토 2013. 10. 23. 12:13



발행일자 : 2013-10-19 발행번호 : 2

겸허함이
완전한 무기

자신감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근거
없고 맹목적인 자신감은 사람을 우쭐거리게
하고 눈멀게 한다. 자신의 장점은 크게 여기고,
남의 장점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면서 겸허하지
않은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이 얼
마나 허술한지 금세 들키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점점 더 위험한 처지로 내몰린다.

뱅크헤드는 노련한 여배우였다. 그녀는 머리가
좋았고 연기도 잘했다. 하지만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은 그녀 역시 피할 수 없었다. 얼굴에 하나
둘씩 주름이 생겼고, 꽃보다 아름다웠던 미모도
점점 시들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활달하고 속이
꽉 찬 사람이었다.

어느날, 그녀는 자신과 함께 연기하는 젊은 여
배우가 오만한 말투로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
"뱅크헤드가 뭐 그리 대단해? 난 언제든 그녀의
역활을 뺏어 올 수 있어!"
이런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걷잡을 수 없이 화가
치밀어 오를것이다. 하지만 뱅크해드는 아량이
넓은 여자였다. 그 젊은 여배우가 유아독존 식의
성격을 고치지않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뱅크헤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 나는 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네 역활을 뺏어 올
수 있어."
젊은 여배우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그래요? 자신감이 대단하시군요."
"오늘 저녁에 한번 해볼까?"

그날 저녁, 뱅크헤드와 젊은 여배우가 같은 무대 위
에 올랐다. 극본상으로는 연기가 끝난 후 뱅크헤드
가 먼저 퇴장하고 젊은 여배우 혼자 전화 통화를 하
는 연기를 해야 했다.
뱅크헤드는 무대 위에서 삼페인을 한 잔 마신 후, 술
이 가득 담긴 술잔을 테이블에 두고 내려왔다. 무대
위에는 젊은 여배우 혼자 남아 연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젊은 여배우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술잔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술잔이 아
슬아슬하게 놓여 있어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같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홀로 독백연기를 하는 젊은 여
배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 바닥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술잔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젊은 여배우는 건성건성 연기를 마친 뒤, 관객들의 킥
킥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퇴장했다. 술잔 때문에
동요되어 연기를 망쳐버린 것이다. 그토록 위태로워
보였던 술잔이 테이블에서 떨어지지 않은 것이 정말
이상했다.
실은 실크헤드가 술잔 밑에 투명 테이프를 붙여두었
던 것이다. 뱅크헤드는 '주변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
을 자신의 스승으로 삼는다면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산 지식을 배울 수 있고, 불필요한 수고나 어려움을
덜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젊은 여배우가 깨닫기
바랐다.

얼마 후 젊은 여배우는 뱅크헤드를 찾아와 자신의 잘
못을 솔직히 인정했다. 뱅크헤드역시 그녀를 용서하
며 따뜻한 충고를 해주었다.
"젊음과 아름다움이 추천서라면, 훌륭한 품성은 신용
카드와 같은 거야."
그리고 두꺼운 노트 한 권을 꺼내 그 여배우에게 선물
했다. 자신이 무대에서 겪은 크고 작은 생생한 경험과
교훈들을 적어둔 노트였다. 노트의 첫 페이지에는 이
렇게 적어둔 노트였다. 노트의 첫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선배를 존경하는 것은 본분이고, 동료
앞에서 겸손한 것은 우정이며, 후배를 대할 때 겸손
한 것은 고귀함이다. 모든 사람을 겸손하고 온화하게
대해야 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자기만
옳다는 듯 오만 방자하게 행동하면
발전하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 버린다.

마음속에 자만이 가득 차면 다름 사람을 무시하고 그 사
람의 존엄성까지 훼손할 수 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제
때 반성하지 않으면 생각의 함정에 더욱 깊이 빠져들어
삶의 방향까지 잃고 오만함에 대한 뼈아픈 대가를 치르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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