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식 편집국장

박호식이 만난 "사람의 향기"

박호식 오토 2020. 5. 29. 22:06

책머리에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이란 노랫말을 좋아한다,
나는 어디 조용히 앉아 업무를 보는 스타일이 아니라, 누군가를 만나고 소통하며 이야기해야 '오늘도 살아 있구나!' 하고 느끼는 사람이다, 삶의 뒤안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인연들이 소중하고 감사하다.나는 걸어가다가도 가끔씩 하늘을 쳐다보거나 변화무상한 자연환경을 시시각각 즐긴다,
새순이 뽀족 나오는 봄날에는 연두색의 이파리들이 수채화처럼 아름답고,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들은 저마다 인고의 시간을 잘 견뎌낸 축복과 환희 속에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와 기쁨을 나눠준다,
여름날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세상이 온통 짙푸른 초록으로 변하는 가운데 밭곡식들이 익어가고 나무의 열매가 영그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감사의 마음이 저절로 샘솟는다,
가을이 되어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고향의 들녘으로 달려가는 마음은
또한 인지상정일 것이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 줄기를 풍요롭게 수놓는 오곡백과는 농부들의 피땀 어린 결실이 아니겠는가, 따지고 보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사람은 그저 의식주라는 생활 패턴을 따라 저마다의 길을 걷게 마련이다,
사계절의 마지막 단계는 휴식과 동면의 기간이다, 겨울은 세상을 얼어붙게 만들지만, 혹독한 추위를 이겨낸 야생화가 한결 곱다는 만고의 진리가 계절의 변화 속에 감추어져 있는 셈이다,
겨울날 생콩가루와 밀가루를 반죽하여 숙성시킨 다음 밀판에 놓고 홍두깨로 밀어 칼국수를 만드는 어머니의 모습은 한겨울의 추위에도 따뜻한 아랫목의 온기를 느끼게 해준다,
삶의 여정에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향기가 나지 않는 분은 없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나의 아버지나 어머니처럼, 그리고 형님이나 누나처럼 나를 다독거려 주셨고, 동년배나 나이 어린 분들은 모두 형제, 자매, 벗으로 두터운 정을 나눌 수 있었다, 내 인생은 바로 그분들이 있어 고맙고 행복했다.
비록 기억에서 차츰 멀어지는 인연들에 대한 소중한 기록을 소박한 책자에 모아보고자 하는 뜻은 그분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통해 참으로 많은 교훈과 함께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이치를 배웠기 때문이다. 수년에 걸쳐 잡지 취재에 게재했던 귀한 분들의 기록을 재구성하여 오래도록 기억하고자 한다, 지금은 게재 당시의 직책에서 떠난 분들이 많지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건 그분들이 우리 사회의 향기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2020.5월29일
박호식 올림
금일 책이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