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식 기자

덕양신문

박호식 오토 2022. 12. 5. 00:08

2010년 시와문화 등단, 시집 <수단의 아이스크림>(시와문화,2017),

 

이훈 형님              한명환 시인

내겐 술 친구같은 형님들 몇 분이 계신다

안동에서 약국 종업원으로 외롭게 자란

열혈청년같은 안중근 후손 형님도 있고

월남전 막차로 다녀와

사업으로 잃기만 하다

절집, 교회생활 다 겪고 성당에 안착, 도통한 형님도 있고

일찍이 상경하여 사회봉사로 훌륭한 일 하시다

황금 같은 땀 흘리는 노가다 일 다니시는 성실한 형님도 있다

그 중 이훈 형님은  천안사람으로 지금은 독곶이 마을 하우스에 사신다

어릴적 공부하기 싫어

화물차, 총알 택시 핸들도 잡고

오골계 잡아 백화점 납품장사도 해서

목돈도 만졌지만 운이 거기까진지,

아내 암으로 오래 전 떠나보내고

병치레로 모아놓은 돈도 없어지고

지금은 고추.. 감자. 고구마. .배추 길러 파는 농사꾼이다

올해는 가뭄.장마 번갈아

고추는 무름병으로 죽고

밑 안든 고구마라니

그놈 순이라도 뜯어 하나하나 껍질 벗겨

한 봉지에 이천원 농협에 납품한다

이훈 형님

최고 호사는 지인들 불러 모아

왕년의 오골계 세프 요리 솜씨 발휘하여

막걸리 잔치 벌이는 일

죽도록 일하시는 게 자신만의 유일한 건강 비결이라

너스레치는 팔십 된 훈이 형님

장례상장지도사로

시신들 염하며 영혼 인도해오신 덕에

교구장님에게서 천 시간 봉사장도

수여받으셨지

오늘도 독곶이 숲속교회 옆 하우스 들렀더니

씩 웃으며

한 잔 해야지 하며

냉장고에서 생 막걸리 큰 통 꺼내신다

누구라도 늙어

비참해지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이훈 형님 한방 오리탕에

부딪는 막걸리 잔들

회오리 바람 불 제

뉘 한 잔 먹자 할꼬”*

                                                                                                                        *정철 <장진주사> 마지막 절

 

 

외톨박이               한명환 시인

내가 사주에 불이 없어

배가 차다

이렇게 밭에 누워있으면

어떻게 알고 햇살이

내 아픈 배를 데워준다

종일 땀 흘리고 이렇게 쉬니

참 좋다

부귀영화를 누렸으면

네 맘이 족할가

참 오래된 노래구나

사랑하는 아이들아,

외톨바기가 된 건 축복이란다

예수님도 죽는 순간까지 외로웠단다

알리 알리 사박다니

저들은 자기가 지은 죄를 모릅니다

소리지르시고 하느님 되셨지

네 몸이 하느님이란다

모두를 사랑하고 굳건하거라

 

 

주동아리 주점               한명환 시인

오래 전

문구점이었던 곳

아내랑 나

혼인 출장 사진도 찍어 준 곳

한강 둑 넘쳐

오물 허리까지 넘쳤던 곳

장모님 머리는 이고 허리 동여매고

아이들 키우시던 그 곳

사랑스러운 이들

다 떠나도

여전히

오일장 서는 장터에서

사과도 사고 귤도 사고

옛 사진관 자리

주동아리 주점에서

감자전에 막걸리 한 잔한다

저쪽 자리 술친구들이

명환이가 명환이가 하면서

자꾸 내 이름을 부른다

눈웃음 고운 아내 만나

비포장 길 덜컹거리며

예까지와서

누려온 기뻤던 순간들

한 잔 막걸리로

꿀꿀 흘러 내리는구나,